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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되는 정보/about 과학

옛 선조들의 지혜로 탄생한 천문학

만일 누군가가 절대 불변의 행성에 살고 있다면, 그가 할 일은 정말 아무것도 없을 것입니다. 아예 생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지요. 그런 세계에서는 과학하려는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또 하나의 극단인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변화가 지극히 무작위적이거나 지나치게 복잡해서 생각해 봤자 별수 없는 처지라면, 그런 세상 역시 과학이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 두 극단의 중간 어디쯤엔가 있지 않을까요. 사물의 변화가 있되 그 변화는 어떤 패턴이나 규칙을 따르는데, 흔히들 만물의 변화는 자연의 법칙을 따른다고 합니다. 허공에 집어 던지 막대기는 반드시 땅으로 다시 떨어지고 서쪽 지평선 아래로 진 해는 반드시 이튿날 아침 동쪽 하늘에 다시 떠오릅니다. 세상에는 우리가 생각해 보면 알아낼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이 가능하고, 과학이 밝혀낸 지식을 이용하여 우리는 우리의 삶을 발전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인간은 세상을 파악할 줄 아는 지혜를 갖고 있습니다. 옛 선조들 부터 애초에 인간은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의 배후를 의식하며 살아왔습니다. 옛 선조들이 사냥을 하고 불을 피울 수 있었던 것도 무언가를 생각해 보고 알아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류에게는 텔레비전, 영화 라디오, 하다못해 책마저 없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인류는 지난날의 거의 대부분을 이런 상태로 보냈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달 없는 밤, 활활 타오르던 모닥불이 사그라져 까무기 불이 되면 그 주위에 앉아서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았을 것입니다. 

밤하늘은 늘 장관을 연출합니다. 별들이 몇개 모여서 하나의 모양을 이루지요,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올려다보아도, 별들은 저절로 그림이 되어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예를 들어 북쪽 하늘에 놓인 별들의 무리는 어떻게 보면 곰 비슷하게 보입니다. 그래서 그런 모양의 별자리를 큰곰자리라고 부르는 문화권이 지구상에 있습니다. 같은 별들의 배열이지만 문화권에 따라 아주 다른 모양의 물체를 상상하고는 합니다. 물론 하늘에 그림이 진짜로 그러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그림들은 우리가 상상해 낸 것들인 것이지요. 인류가 수렵으로 신산한 삶을 살아갈 때 그들은 하늘에서 사냥꾼과 사냥개를 보았고, 하늘에 곰과 젊은 여자를 그렸습니다. 그밖에 사냥꾼의 관심을 끌 만한 온갖 것들이 하늘에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17세기 유럽인들이 배를 타고 가다 처음으로 남반구의 하늘을 보았을 때, 그들도 자신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던 것들을 하늘에서 찾아냈습니다. 큰부리새와 공작새, 망원경과 현미경, 나핌반과 뱃고물 같은 것들 말입니다. 20세기 사람들은 하늘에서 자전거와 냉장고를 보거나 로큰롤 '스타' 의 얼굴을 떠올릴 것입니다. 어쩌면 버섯구름을 볼지도 모르지요. 현대인들도 그들의 조상과 마찬가지로 별들 사이에 인류의 희망과 근심을 그리면서 바람직한 내일을 소망합니다. 

때때로 우리 조상들은 아주 밝은 별이 꼬리를 길게 끌며 순식간에 하늘을 가르고 가는 것을 보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영어로 '떨어지는 별'이라고 했는데 잘 붙인 이름은 아닌 것 같습니다. 별들이 그렇게 많이 떨어진 뒤에도 옛 별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으니 말입니다. 별똥별이 아주 많이 나타날 떄가 있고, 또 적게 나타날 떄도 있습니다. 이런 일도 어느 정도는 규칙적으로 일어납니다. 

태양과 달처럼 별도 항상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집니다. 관측자의 머리 위를 지나는 별이 뜨고 지는 데는 하룻밤이 꼬박 걸립니다. 또 계절에 따라 뜨고 지는 별자리도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초가을에 뜨는 별자리가 따로있는데, 어느날 갑자기 동편 하늘에서 새로운 별자리가 뜨는 경우는 절대 없다는 것입니다. 별들이 뜨는 데에도 순서가 있으며 그들의 행동거지에도 예측성과 영원성이 있는 것이지요. 이런 특성들은 어떤 면에서 우리에게 큰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별들 중에는 해보다 조금 먼저 뜨거나 조금 늦게 지는 것들이 있는데 이러한 별들은 계절에 따라 출몰 시각과 위치가 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가 별의 출몰 현상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수 년에 걸쳐 그것을 기록으로 남긴다면 그사람은 계절을 예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매일 아침 해가 지평선 어디에서 뜨는지를 보면 오늘이 1년 중 언제쯤인지도 알 수 있습니다. 하늘에는 달력의 역할을 훌륭하게 하는 표지들이 걸려 있는 셈인 것이지요. 조금만 꼼꼼하고 천문현상을 관측하는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별, 해, 달이 천구상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하나하나 기록하여 하늘에 걸려 있는 달력을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인류의 조상은 계절의 흐름을 알아낼 수 있는 기구나 장치들을 만들어 세웠습니다. 뉴멕시코 주의 차코 협곡에는 11세기에 만들어진 지붕 없는 거대한 의식용 키바 라는 사원이 있습니다. 북반구에서 6월 21일은 1년 중 낮이 가장 긴 하지 입니다. 이날 새벽녘이 되면 한 줄기 빛이 사원의 창문을 통해 들어와서 특별히 표시해 둔 구역을 천천히 움직여 갑니다. 그러나 그 구역에까지 빛이 들어오는 현상은 6월 21일 경에만 일어납니다. 이와 비슷한 개념의 기구들을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사원, 영국의 스톤헨지 유적, 이집트의 아부 심벨, 멕시코의 치첸 이차, 북아메리카의 대평원 같은 곳들에서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세대가 바뀔 때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조상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 왔습니다. 그들로 인해 해와 달과 별의 위치와 그들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알면 알 수록 사냥을 언제 나가야 하는지, 씨앗은 어느 날쯤 뿌리고 익은 곡식은 언제쯤 거둬야 하는지를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측정의 정확도가 향상됨에 따라 기록을 보존하는 일은 점점 중요시 되기 시작했고, 천문학이라는 학문은 관측과 수학과 문자의 발달에 크게 이바지 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