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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천문학자들이 사랑한 혜성

행성과 행성 사이의 공간에는 많은 천체들이 떠돌아다닌다고 합니다. 일부는 암석질의 작은 덩어리이고 또 어떤 것들은 철을 많이 함유하는 금속성 물질의 소형 천체라고 하는데요, 이 외에도 얼음 성분의 덩어리들이 있는가 하면 유기물을 많이 함유한 것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티끌만 한 알갱이에서 시작하여 부탄의 영토만 한 것에 이르기까지 그 크기가 다양합니다. 모양은 행성과 달리 지극히 불규칙적입니다.

이 소형 천체들은 이따금씩 행성과 충돌하기도 합니다. 퉁구스카 대폭발 사건의 원인이 된 물체도 아마 혜성이었을 것입니다. 퉁구스카 사건은 지름 100미터, 수게 수백만 톤, 초속 30킬로미터의 속력으로 달리던 얼음 덩어리, 즉 혜성 조각이 지구와 충돌한 결과라고 생각된다고 하는데요, 지름이 100미터라면 미식축구 경기장 하나를 연상하면 되고, 초속 30킬로미터는 시속으로 거의 11만 킬로미터에 해당하는 엄청난 속력입니다. 상상 이상의 속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만약 이와 같은 규모의 충돌이 오늘날 다시 발생하게 된다면 정신적 공황 상태의 빠진 사람들은 그것을 핵폭발로 오인할 소지가 다분합니다. 혜성 충돌의 결과가 메가톤 급의 핵폭탄이 폭발할 때 볼 수 있는 상황과 아주 흡사하기 때문입니다. 치솟는 불덩이의 규모이며 버섯구름의 출현은 물론이고 그 모양까지 똑같습니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혜성의 경우에는 감마선의 방출과 방사능 낙진이 없다는 점입니다. 큼직한 혜성 조각과 지구가 충돌할 확률이 희박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사건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자연에서 반드시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라는 말이지요. 그렇다면 자연현상이 핵전쟁을 유발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괴기스럽고 이상한 시나리오이긴 합니다. 

혜성은 대부분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천문학에서 흔히 사용하는 '얼음'이라는 표현은 순수하게 물로 된 얼음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물, 메탄, 암모니아 등의 혼합물이 결빙된 것을 총체적으로 얼음이라고 지칭합니다. 이러한 얼음 물질에 미세한 암석 티끌들이 한데 엉겨 붙어서 혜성의 핵을 이루게 됩니다.

웬만한 크기의 혜성 조각이 지구 대기와 충돌한다면 혜성은 거대하고 눈부신 불덩이로 변하고 강력한 충격파를 발생시킬 것입니다. 그리고 나무란 나무는 모조리 태워 버릴 것이며 숲은 납작하게 쓰러뜨릴 것입니다. 또한 이 격변에서 발생하는 굉음을 세계 구석구석에서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땅에는 변변한 크기의 충돌 구덩이 하나 파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혜성을 이루던 얼음이 지구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다 녹아 증발하기 때문에 혜성의 조각이라고 볼 수 있는 덩어리는 지표에 도달하지 못하게 됩니다. 

땅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고작 혜성의 핵에서 나온 미세 고체 알갱이 몇몇뿐입니다. 작은 다이아몬드 조각들이 퉁구스카 대폭발 현장에 무수히 흩어져 있음을 러시아의 과학자 소보토 비치라는 분이 확인을 했다고 합니다. 이런 종류의 다이아몬드 알갱이들은 운석에도 존재합니다. 지표에까지 떨어진 운석 중에는 그 기원이 혜성인 것도 있습니다.  

혜성은 인류에게 공포감과 함께 경외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으며 마음을 홀리는 망령된 미신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하늘에 이따금씩 등장하는 혜성은 사람들에게 신선함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비록 며칠 동안이기는 하지만 밤마다 영원불변의 별들과 함께 뜨고 지는 우윳빛의 저 불길이 아무 이유도 없이 불쑥 나타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믿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혜성에게 불길한 일을 예고하는 전령의 역할이 주어졌습니다. 옛사람들은 혜성을 재앙의 전조이자, 신성한 존재의 진노를 예시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혜성이 나타날 때 왕자가 갑자기 죽는다든지, 한 왕조의 멸망이 멀지 않다든지 하는 안 좋은 생각을 했던 것이지요. 언젠가 사극에서 본 듯 한 광경이네요. 

16세기에서 17세기의 세계 천문학을 이끌어가던 학자들은 혜성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뉴턴은 혜성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났다고 합니다. 대학 시절의 뉴턴은 맨눈으로 혜성을 찾느라 여러 날 밤을 뜬눈으로 지새웠기 때문에 나중에는 병이 날 지경이었다고 합니다. 

케플러는 혜성이 마치 바닷속 물고기 같이 우주 공간을 헤엄쳐 다닌다고 설명했고, 혜성의 꼬리가 항상 태양의 반대 방향으로 놓이는 것을 근거로 혜성은 태양의 빛에 의해 사라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모로 완고한 이성주의자라고 불리는 데이비드 흄이라는 학자는 혜성에 관하여 기발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아이디어는 이렇습니다. 행성은 별들의 짝짓기를 통해서 태어나는데 혜성이 행성계의 생성을 가능케 하는 일종의 생식 세포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즉 혜성이 장차 행성이 될 난자나 정자라는 제안이었습니다. 정말 참... 기발한 아이디어긴 합니다...

천문학자 윌리엄 허긴스는 1868년에 혜성의 스펙트럼천연가스나 에틸렌 계열 기체의 스펙트럼몇 가지 측면에서 동일하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허긴스는 유기 물질을 혜성에서 발견했고 후에는 탄소 원자와 질소 원자로 이루어져 청산가리 같은 시안화물을 형성하는 분자 조각 CN을 혜성의 꼬리에서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그 CN 성분은 말도 못 할 정도로 작은 양이라고 합니다. 사실 혜성의 꼬리에 들어 있는 독으로 인한 실질적인 위험도는 1910년 당시 대도시에서 만들어지던 공해 수준에도 훨씬 못 미치는 정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