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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에 탄생한 새로운 물리학- 양자역학

앞전 포스팅에서 언급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통해 탄생하게 된 20세기의 새로운 물리학 양자역학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결정론적 세계관 vs 비결정론적 세계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현대 물리학의 근간을 이루는 거대 이론이지만, 근대 물리학으로 분류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더 적합하기도 합니다. 그것은 아인슈타인 이후의 물리학이 아인슈타인을 포함해서 그 이전의 물리학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세계관을 갖기 때문입니다. 갈릴레이, 뉴턴, 아인슈타인 또한 동일한 세계관을 가졌습니다. 그것은 바로 결정론적 세계관인데요. 결정론은 우주의 미래가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관점인데, 이에 따르면 우주는 수학과 물리학의 법칙에 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움직이고 예측됩니다. 특정 시점의 물리적 조건에 대해 정확히 알 수만 있다면 우주의 과거와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근대 물리학은 결정론의 전제와 확신 위에 쌓아 올려진 왕국인 것이지요. 그런 면에서 이들은 절대주의 측면의 과학자 집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로 상대성이론의 경우 이름에 '상대성'이라는 말이 들어가고, 그 내용 면에서도 관측자에 따라 시공간이 고유하게 측정된다는 점 때문에 이를 상대주의 관점이라고 오해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서로 다른 관측자에게서 서로 다르게 관측된 결과 값의 차이는 상대성이론 안에서 수학으로 정확하게 예측됩니다. 불확실성이 들어올 자리는 없습니다. 이름에서 오는 뉘앙스와는 달리 상대성이론은 전혀 상대주의적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물리학에서 상대주의 경향을 띠는 견해를 찾는다면 그것은 아인슈타인 이후의 현대 양자역학 정도가 될 것입니다. 물론 양자역학의 결과 역시 수학으로 정리되고 예측 되지만 차이가 있다면 양자역학의 결과 값은 확률로만 예측될 뿐, 확정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즉, 양자역학의 세계는 비결정론적 세계입니다. 우주의 미래는 결정되어 있지 않은 것이지요. 

양자역학의 탄생

아인슈타인이 제시한 상대성이론을 기반으로 탄생한 양자역학이었지만, 그는 양자역학의 비결정론을 완강하게 거부했다고 합니다. 앙자역학의 대표적인 과학자 닐스 보어와의 토론에서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라며 양자역학의 비결정론적 세계관을 문제 삼았습니다. 아인슈타인이 보기에는 우주는 주사위를 던지는 것처럼 확률에 의존하는 세계가 아니라 인과 법칙으로 견고하게 결정되어 있는 세계였던 것입니다. 이에 대해 닐스 보어의 답변은 이렇습니다. "신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라."

20세기의 과학적 실험과 검증은 오늘날에 이르러 결국 양자역학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실제로 양자역학의 예측은 매우 정확한 편이고, 실용적인 면에서도 현대 기술문명에 크게 기여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양자역학은 단어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논의되는 범위와 수학적 전문성뿐만이 아니라 기존의 물리학과 배치되는 철학적 함축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기로 악명이 높다고 합니다. 1900년대 노벨상을 수상한 미국의 물리학자 머리 겔만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양자역학은 우리 중 그 누구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지만 우리가 사용할 줄 아는, 신비하고 당혹스러운 학문이다." 물리학자가 이처럼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양자역학에 대해서 저는 큰 틀에서 대략적인 윤곽만 간략히 알아보려고 합니다.

미시 세계는 일반적인 상식과는 너무나 다르게 움직이는 세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시 세계를 기술할 새로운 물리학이 필요해졌습니다. 이러한 요구로 탄생한 물리학이 바로 양자역학입니다. 미시 세계를 탐구하며 맞닥뜨린 첫 번째 문제는 소립자의 크기가 너무 작아서 이에 대한 측정 자체가 곤란하다는 문제였습니다.

핵심은 이것입니다. 위치를 확인하려고 하면 속도가 바뀌고 , 속도를 확인하려 하면 위치가 확정되지 않습니다. 즉, '위치'와 '속도'라는 기본 물리량이 동시에 측정되지 않는 것입니다. 물리학에서 물체를 이해하는 방식은 시간에 따른 위치와 속도의 방정식을 구하는 것이라는 데 있습니다. 위치와 속도가 동시에 확정되지 않는다는 결론은 더 이상 물리학이라는 학문 자체를 진행할 수 없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아인슈타인은 그것은 단지 측정 기술의 한계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언젠가 기술이 더 정밀하게 발전하면 우리는 소립자의 위치와 속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양자 역학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위치와 속도가 동시에 측정되지 않음이 미시 세계의 질서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수학적으로 정리한 사람은 하이젠베르크입니다. 하이젠베르크는 미시 세계가 확정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불확정성 원리'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불확정성 원리를 토대로 앞으로의 물리학에 대해 과학자들의 선언이 뒤따랐는데요,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코펜하겐 해석입니다. 코펜하겐 해석은 새로운 시대의 물리학으로서 양자역학의 출발을 알리는 선언인 동시에, 근대의 결정론적 세계가 끝나고 현대의 비결정론적 세계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선언이었습니다. 

코펜하겐 해석의 핵심 개념은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물리량이 동시에 측정되지 않는다.
  2. 물리량이 관측 행위와 무관하게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측 행위의 영향을 받는다. 

1번에서 이야기했던, '물리량이 동시에 측정되지 않는다' 이것은 관측 행위가 위치나 속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양자역학에서는 근대 물리학에서는 고려되지 않았던 '관측 행위'가 물리 현상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2번의 개념은 간략히 설명하자면 '물리량은 관측의 영향을 받음'입니다. 양자역학에 이르러 고전 물리학에서 배제되었던 '관측자'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고전 역학에서는 누군가가 관측을 하던지 하지 않던지 세계는 세계 나름대로 운동을 하지만, 양자역학의 미시 세계에서는 누군가가 관측을 할 때 비로소 세계가 결정되는 것입니다. 관측하지 않을 때의 소립자는 중첩된 상태의 확률로 존재하지만, 우리가 관측 행위를 할 때 소립자는 비로소 자신의 위치와 속도를 확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20세기 현대 물리학은 기존의 물리학과는 전혀 다른 세계관을 제시합니다. 그것은 결정되지 않은 확률로서 존재하는 세계인 것입니다. 근대의 물리학자들은 현재 우주의 조건만 알면 당연히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현대의 양자 역학자들은 그러한 생각을 거부하게 됩니다. 양자역학자들은 기존 물리학자들에 비해 상대주의적 측면을 더 갖는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