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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의 '성간운'에서 태어나는 별

기체와 티끌로 구성된 성간 구름이 중력 수축하여 별들과 그 별들에 딸린 행성들을 만듭니다. 성간운의 중력 수축이란 자체 중력 때문에 겪게 되는 성간운의 전반적인 낙하 운동이다. 이 과정에서 기체 분자들이 격렬하게 충돌하므로, 수축이 진행됨에 따라 내부의 온도는 상승하게 마련입니다. 내부의 온도가 1000만 도에 이르면 수소 원자 네 개가 만나서 헬륨 핵이 하나 만들어지는 핵융합 반응이 전개가 됩니다. 이때 발생하는 에너지가 감마선의 빛, 즉 감마선 광자로 나타납니다. 감마선 광자는 주위 물질에 흡수됐다가 다시 방출되기를 거듭하면서 태양의 표면을 향해 이동합니다. 흡수가 일어날 때마다 자신의 에너지를 조금씩 잃게 되므로 높은 에너지의 감마선 광자는 점점 낮은 에너지의 광자로 변신해서 드디어 사람의 눈이 볼 수 있는 가시광선 대역의 광자가 됩니다. 중심핵에서 출발한 광자가 표면층에 도착하는 데 대략 100만 년이 걸립니다. 핵융합 반응에서 최초로 태어난 광자가 가시광선의 광자로 표면을 빠져나오기 시작하면 우리는 비로소 새로 탄생한 별을 보게 됩니다. 별이라고 하는 전구의 스위치를 돌려 빛을 밝히게 된 셈입니다. 핵융합 반응의 개시와 더불어 그때까지 진행되던 중력 수축이 멈춥니다. 별의 외곽층을 차지하는 질량의 무게를 중심핵 부분의 고온과 고압이 지탱하여, 별 전체가 안정된 상태에 놓이기 때문입니다.

중심핵이 고온과 고압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그곳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 덕택입니다. 우리 태양은 지금까지 대략 50억 년 동안 이와 같은 평형 상태를 유지해 왔습니다. 하지만 태양과 수소 폭탄에서의 핵융합 반응에는 한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폭탄의 경우 일단 반응이 시작되면 반응의 진행 속도를 제어할 길이 없으며 제어하지 않는 것이 폭탄의 사용 목적과 부합됩니다. 그렇지만 태양의 경우에는 중심핵에서 매초 생산되는 에너지가 표면에서 매초 방출되는 에너지와 같도록 별이 반응 속도를 스스로 조절합니다. 

태양은 표면에서 방출되는 광도를 충당하느라 중심핵에서 매초 4억 톤의 구소를 헬륨으로 변환시킵니다. 밤에 집 밖으로 나가 머리를 들면 까만 하늘에 총총히 빛나는 별들이 보입니다. 별 하나하나가 빛을 낼 수 있는 것은 그 별 내부에서 핵융합 반응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백조자리에서 가장 밝은 백조자리 알파별, 즉 데네브 쪽을 관측해 보면 온도가 극도로 높은 초대형의 기체 구에서 나오는 희뿌연 빛의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기체 구의 중앙에 있던 별들이 자신의 일생을 초신성 폭발로 마감할 때 생긴 흔적입니다. 초신성이 폭발하면 그때 발생한 충격파가 주위에 있던 성간 물질에 전해집니다. 그러면 그 성간운의 밀도가 증가합니다. 그 결과로 새로운 별의 탄생으로 이어질 중력 수축이 성간운에 유발됩니다. 별들에게도 인간처럼 부모가 있고 그들의 세계에도 세대가 있는 것이지요. 먼저 태어난 별의 죽음이 새로운 별의 탄생을 가져오게 되니까요. 

태양 같은 종류의 별들은 무더기로 태어납니다. 오리온 대성운과 같은 고밀도의 성간운 복합체 내부를 살펴보면 많은 수의 별들이 한꺼번에 태어났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성간운 내부에서 별이 탄생한다고 하더라도 바깥에서는 그저 어둑어둑하고 음침한 암흑 성간운으로 보일 뿐입니다. 그러나 고온의 신생 항성에 의해 전리된 기체가 빛을 방출하므로 성운 내부는 황홀한 장관을 이루게 됩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새로 태어난 별들이 '신생아실'에서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와 은하수 은하에서 자신들이 차지해야 할 자리를 찾아갑니다. 아직 풋내기에 불과한 젊은 별들은 실타래같이 빛나는 엷은 가스 성운을 자기 주위에 달고 다닙니다. 이 가스 성운은 별들의 자궁이랄 수 있는 성간운에 있던 기체 찌꺼기로서 어머니 성간운과 신생아 별이 아직도 중력의 끈으로 묶여 있음을 보여 줍니다. 가까운 거리에서 찾아볼 수 있는 좋은 예가 좀생이 성단과 거기에 딸린 반사 성운입니다. 사람의 가족과 마찬가지로 같이 태어난 형제 별들도 나이를 먹을수록 고향을 떠나 뿔뿔이 흩어져서 서로 만날 기회가 거의 없게 됩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50억 년 전 같은 암흑 성간운에서 태양과 같이 태어난 열대여섯 개의 형제자매 별들이 지금은 은하수 은하의 이 구석 저 구석에 흩어져 살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별이 우리 태양의 형제인지 자매인지 현재로서는 알 길이 없습니다. 그저 은하수 너머 어딘가에 있겠지 라고 막연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뿐입니다. 

태양 내부에서 진행되는 수소의 헬륨으로의 변환은 우리 눈이 감지할 수 있는 가시광선의 광자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이보다 훨씬 더 신비롭고 유령 같은 존재인 중성미자도 만들어 냅니다. 중성미자는 광자와 마찬가지로 질량이 없으며 빛의 속도로 움직이지만 광자는 아닙니다. 중성미자는 양성자, 중성자, 그리고 전자와 같은 크기의 고유 각 운동량, 즉 스핀을 갖고 있습니다. 광자의 스핀은 중성미자의 것의 2배입니다. 또 물질은 중성미자에 대해 투명합니다. 중성미자는 지구나 태양을 구성하는 물질에 거의 흡수되지 않은 채 자유롭게 관통할 수 있습니다. 흡수가 전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무시해도 좋을 지극히 미미한 수준의 흡수만 이루어집니다. 대낮에 태양을 1초만 바라봐도 총 10억 개의 중성미자가 우리 눈을 통과한다고 합니다. 통상의 광자는 망막에 걸려 시신경에 반응을 일으키지만, 중성미자는 망막에 전혀 걸리지 않고 시신경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머리 뒤로 그냥 빠져나갑니다. 대낮이 아니라 한밤중에 태양이 있을 곳, 즉 내 발아래의 지면을 보고 있어도 내 눈을 통과하는 중성미자의 개수는 대낮과 마찬가지입니다. 다시 말해서 태양과 내 눈 사이에 지구가 가로 놓여 있어도 육안을 통과하는 중성미자의 개수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가시광선에 대해 유리판이 투명하듯이 중성미자에 대해서도 지구는 통째로 투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