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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최대의 '전파 망원경'

 

전파 망원경

전파 망원경은 아주 멀리 있는 천체의 미약한 신호도 잡아냅니다. 그래서 우리는 수억 광년 이상 떨어져 있는 퀘이사의 신호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퀘이사라고 해도 5억 광년은 떨어져 있고, 100억 광년, 120억 광년, 아니 이보다 더 먼 거리에 있는 퀘이사들도 많습니다.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을 볼수록 시간적으로는 먼 과거에 일어난 상황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여기서 '퀘이사'는 가장 밝은 천체 중 하나이며, 매우 멀고 밝은 은하입니다. 또한 우리 은하가 내뿜는 에너지의 수천 배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다고 합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120억 광년 떨어져 있는 퀘이사를 관찰하는 것은 그 퀘이사의 120억 년 전 모습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멀리 볼수록 더 오래된 과거에 손을 대는 것입니다. 우주의 지평선 근처를 본다면 우리는 대폭발 시대의 우주와 같이 하게 되는 것입니다. 

27대의 전파 망원경으로 구성된 전파 간섭계의 대형 배열은 뉴멕시코 주의 오지에 설치돼 있습니다. 개별 망원경이 수신하는 전파 신호의 위상을 모두 고려해서 망원경의 배열을 미리 결정하고 관측을 시작합니다. 구성 망원경들을 전선으로 연결하여 각 망원경으로 들어오는 신호의 세기와 위상을 합성함으로써 망원경 27대가 하나의 망원경같이 작동하도록 고안됐습니다. 가장 먼 두 안테나의 거리가 합성 망원경의 지름에 해당합니다. 그러므로 대형 배열은 지름이 수십 킬로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전파 망원경이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따라서 대형 배열은 가시광선 대역을 분석하는 광학 망원경처럼 전파 대역의 자잘한 스펙트럼을 상세하게 분석할 수 있는 지상 최대의 전파 망원경입니다. 

어떤 전파 망원경은 지구의 반대편에 있는 다른 전파 망원경과 연결하여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지구의 지름을 온통 기선으로 활용할 수 있으니까 지구만 한 크기의 전파 망원경이 탄생하는 셈입니다. 앞으로는 전파 망원경들을 지구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게 될 텐데, 그때가 오면 우리는 그 크기가 내행성계만 한 전파 망원경을 가질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정도의 전파 망원경 배열이면 퀘이사의 내부 구조와 정체도 밝혀낼 수 있을 것입니다. 행성 궤도상에 전파 망원경 배열이 구축되면 표준 초의 구실을 할 퀘이사가 정해질 것이고, 그러면 적색 이동을 측정하지 않고도 퀘이사까지의 거리를 직접 알아낼 수 있게 됩니다.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고 추정되는 퀘이사들의 거리를 정확히 알아내면, 수십억 년 전에는 우주의 팽창 속도가 현재보다 빨랐다가 점점 느려졌는지, 아니면 우주가 앞으로 팽창을 멈추고 수축할 것인지 등을 판가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대 천문학에서 사용하는 전파 망원경들은 아주 높은 수신 감도를 자랑합니다. 요즈음의 전파 망원경이 검출하는 먼 퀘이사의 전파 신호는 1000조 분의 1와트입니다. 즉 현대 전파천문학의 기술을 10-15와트의 미약한 신호도 하늘에서 잡아낸다는 말입니다. 이것이 얼마나 작은 신호인지는 지구에 있는 모든 전파 망원경들이 여태껏 검출한 우주 전파 신호의 에너지를 모두 합해도 눈 조각 하나가 지표를 때릴 때 발생하는 에너지보다 적다는 사실로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날 전파 천문학자들은 우주 배경 복사를 전 하늘에 걸쳐 측정하여 그 세기의 분포도를 작성한다거나 밝기에 따른 퀘이사의 개수를 헤아려 우주 진화의 정체를 밝히려 합니다. 또한 그들은 외계 생물이 내놓을지 모르는 신호를 열심히 찾기도 합니다. 전파 천문학자들의 이러한 활동은 그냥 흘려버릴 수도 있는 지극히 미약한 전파 신호와 심각한 싸움을 벌이는 일인 것입니다. 

고온의 물질, 특히 별의 대기층에 있는 물질은 사람의 눈이 식별할 수 있는 빛을 내놓습니다. 그러나 주로 은하의 외곽부에 있는 저온의 성간 기체와 성간 티끌은 가시광선을 방출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 눈에 쉽게 띄지 않습니다. 대신에 전파 대역에서 전자기파를 방출합니다. 그러므로 우주론적 신비를 캐내려면 통상의 광학 망원경이 아니라 대륙 간 전파 망원경 배열과 같은 초대형의 연구 시설이 필요한 것입니다. 

엑스선 대역도 외계 은하와 우주론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인공 위성에 실린 엑스선 망원경으로 하늘을 관측했더니 은하와 은하 사이에서 강력한 엑스선 복사가 검출됐습니다. 처음에는 은하 간 물질로 존재하는 고온의 수소 가스가 이 엑스선 복사의 원천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학자들은 그것을 진동 우주에 갇혀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좀 더 최근에 수행된 고분해능 엑스선 관측을 바탕으로 리카르도 자코니는 은하간 공간에서 검출된 엑스선 복사가 많은 점광원들이 중첩되어 나타난 결과라고 규명했습니다. 그리고 그 점광원들은 아주 먼 거리에 있는 퀘이사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명됐습니다. 그러니까 여태껏 숨어 있던 질랴의 일부를 찾아낸 것입니다. 이렇게 우주의 새로운 구성원이 알려질 때마다 우주 평균 밀도의 값이 수정돼 왔습니다. 우주 구성원들의 인구조사를 철저히 하여 은하, 퀘이사, 블랙홀, 은하 간 수소 가스, 중력과 원, 그 외에도 우주의 소수 희귀 거류민들의 질량을 모두 알아낸 후에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의 운명을 점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