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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되는 정보/about 과학

인간의 뇌 '대뇌피질'

모든 생물의 뇌는 수백만 년 동안의 끊임없는 진화를 통해 점점 더 복잡한 구조와 이에 따른 더욱 많은 정보를 소유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뇌의 구조에서 우리는 진화의 단계들을 미루어 알아볼 수 있습니다. 뇌는 내부에서 외부로 진화했습니다. 가장 깊숙한 곳에 뇌의 가장 오래된 부위인 뇌간이 자리합니다. 뇌간은 반사 작용, 심장 박동, 내장 활동, 호흡 등 생명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을 조절합니다. 폴 맥린이라는 과학자가 지극히 도발적인 학설을 하나 제시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는 뇌의 고차원적인 기능들이 크게 세 단계에 걸쳐 진화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것은 R- 영역, 번역계, 대뇌 피질의 세 단계입니다. 뇌간의 상단부를 모자처럼 뒤덮고 있는 부위를 R-영역이라고 부르는데, 이 영역은 인간의 공격적 행위, 정형화된 의식 행위, 자기 세력권의 방어, 계층적 위계질서의 유지 등을 관장합니다. 뇌의 이 부위는 수억 년 전 인간이 아직 파충류였던 시기에 발달했습니다. 말하자면, 우리 각자의 두개골 내부 깊숙한 곳에는 악어의 두뇌가 아직 남아 있는 셈입니다. R- 영역은 변연계가 둘러싸고 있는데 바로 이 부위가 포유류 시기에 생긴 뇌라고 합니다. 이 변연계는 수천만 년 전 인간이 포유류이고 아직 영장류로 되기 이전 시기에 발달한 부위입니다. 뇌의 이 부위가 인간의 기분, 감정, 걱정 등의 정서적 반응과 행동 그리고 자녀 보호의 본능을 지시하고 제어합니다. 

뇌의 가장 바깥 부분인 대뇌 피질은 지금으로부터 수백만 년 전 인간이 영장류였던 시기에 생긴 부위라고 합니다. 자기 밑에 아직도 버티고 있는 원시 두뇌와 늘 편치 않은 휴전의 관계를 유지하며 지냈는데, 이 대뇌 피질에서 물질이 의식을 창출하게 되면서 대뇌 피질이야말로 인류가 꿈꾸는 모든 지식의 첫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뇌 전체 질량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대뇌 피질은 직관과 비판적 분석의 중추 역할을 합니다. 아이디어의 창출과 영감의 발현이 바로 여기 대뇌 피질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곳에서 읽기와 쓰기, 수학적 추론과 작곡이 이루어집니다. 인간으로 하여금 의식적인 삶을 가능케 하는 부위가 다름 아닌 대뇌 피질인 것입니다. 인류와 다른 종의 차별화가 대뇌 피질에서 비롯되며, 인간의 인간다움은 바로 이 대뇌 피질 때문에 가능합니다. 한마디로 문명은 대뇌 피질의 산물인 것입니다. 

뇌의 언어는 유전자 DNA의 언어와 확실히 다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은 모두 신경원 또는 뉴런이라고 불리는 세포 속에 암호로 씌어 있습니다. 뉴런은 굵기가 겨우 수백 분의 1밀리미터인 현미경적 존재로서 아주 미세한 전기, 화학적 스위치 회로의 역할 수행합니다. 이 뉴런이 우리 몸속에 약 1000억 개 있다고 합니다. 은하수 은하에도 대략 이 정도 수의 별들이 존재합니다. 뉴런들 중에는 하나가 수천 개의 이웃 뉴런 세포들과 연결된 거들이 있습니다. 인간 대뇌 피질에서 우리는 그와 같은 연결을 볼 수 있습니다. 

잠을 자고 있는 중에도 뇌는 쉬지 않습니다. 수면 중에도 뇌는 꿈과 기억과 추리의 기체를 통해 인간사의 얽히고설킨 문제들을 쉬지 않고 정리하고 해결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생각, 시지각, 심지어 환상까지도 따지고 보면 모두 물리적 실체를 동반합니다. 생각한다는 행위 하나도 수백 개에 이르는 전기, 화학적 신호 자극의 결합체라는 실체가 있습니다. 우리가 뉴런이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을 직접 볼 수 있다면 기묘한 모습의 수많은 패턴들이 여기저기서 출현했다 사라지는 광경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그 패턴들 중 어느 하나는 어릴 적 시골길에서 맡아보았던 라일락꽃 향기의 기억일 수도 있고, 뉴런의 전광판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또 다른 패턴은 '내가 차 열쇠를 어디에 뒀었지?' 하는 애타는 마음일 수 도 있습니다. 

정신 작용이라는 거대한 산에는 수많은 골짜기들이 있습니다. 골 짜기란 다름 아닌 대뇌 피질의 울퉁불퉁한 구조를 뜻합니다. 골짜기를 파서 제한된 부피 안에 되도록 넓은 표면이 들어갈 수 있게 해 놓음으로써, 대뇌 피질은 어마어마한 방대한 양의 정보를 기록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뇌의 전기 회로는 인간이 고안한 그 어느 회로보다 훌륭한 구조입니다. 우리가 의식이라고 부르는 세련되고 격조 높은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자연이 한 일이라고는 신경망을 연결해 놓은 것밖에는 없습니다. 그 이상의 무엇 때문에 의식 작용이 가능하다는 증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단지 뉴런들을 연결해 놓음으로써 그렇게 멋진 기능을 발휘케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믿기 어려운 자연의 조화인 것입니다. 

생각의 세계는 크게 두 개의 반구로 나뉘어 있습니다. 대뇌 피질의 오른쪽 반구는 패턴의 인식, 직관과 감수성의 발동, 창조적 통찰 등을 주로 책임집니다. 왼쪽 반구는 이성적, 분석적, 비판적 사고를 관장합니다. 기본적으로 서로 상반된 기능을 수행하는 뇌의 양쪽 반구가 상호 보완함으로써 인간의 의식 작용을 특징짓습니다. 한쪽에서는 아이디어를 내놓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 아이디어의 실효성을 검증하는 식입니다. 두 개의 반구 사이에는 무수한 신경 다발이 있으며, 이것을 통해서 양측이 정보를 끊임없이 교환합니다. 신경 다발이 창조와 분석을 연결 짓는 교량인 셈인 것입니다. 독창적 사고와 비판적 분석이야 말로 세상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뇌의 고차적 기능 중에서 읽기, 쓰기, 말하기 등은 대뇌 피질의 특정 부위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기억은 대뇌 피질의 여기저기에 중복 기록되어 있습니다. 텔레파시라는 것이 실재한다면 상대방 대뇌 피질에 보관된 정보를 내가 멀리서도 읽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텔레파시에 대한 확실한 증거는 현재까지도 밝혀 내지 못했습니다. 

두뇌는 기억 장치 이상의 기능을 수행합니다. 인간의 두뇌는 비교, 합성, 분석, 추상화 같은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살아 남기 위해서 우리는 유전자가 제공하는 것 이상의 정보를 미루어 알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인간의 배우려는 열망이야말로 생존을 위한 도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인간의 감정이나 인간 행동의 관습적 유형은 마음 어딘가 깊숙한 곳에 굳건히 자리 잡고 있는 인간 본성의 일부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특성을 인간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동물들도 분명히 감정을 표출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종으로 인간을 특징지을 수 있는 것은 감정이 아니라 사고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대뇌 피질이 사람을 동물적 인간에서 해방시키고 '인간답게' 만들었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뇌 속에 집어넣은 것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합니다.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성숙한 인격체로써 무엇을 아끼며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스스로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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