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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론과 음악의 유사성

 

양자론과 음악의 유사성

 

20세기의 처음 20년 동안 물리학자들은 원자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것이 마치 오르간이나 그랜드 피아노라도 되는 것처럼 말했습니다. 그들의 설명에는 시적인 비유를 뛰어넘은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여러 관찰의 결과로 원자와 악기가 유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열 같은 에너지가 힘을 가할 경우 빛의 파장을 방출하는 것을 보고 그렇게 생각했던 것입니다. 빛을 분산시키는 분광기로 보면 각 원소의 색채 특질을 이루는 스펙트럼이 육안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복잡했습니다. 오르간이나 피아노와 마찬가지로 각 원자는 '일련의 음(notes)'을 스펙트럼처럼 동시에 나타냅니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화음(색채 특질)은 한 원소의 특징이 됩니다. 분명히 한 원소의 에너지 스펙트럼과 그것의 구조 사이에는 연관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요? 

이 문제를 풀고자 도전한 것은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였습니다. 여기서 수수께끼는 수소처럼 단순한 한 개의 핵과 오직 한 쌍의 전자를 가진 원자도 복잡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덴마크 물리학자 닐스 보어가 제시한 원자의 표준모델은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들처럼 전자들이 핵 주위의 궤도를 도는 모습이었고 여기서는 스펙트럼의 복잡성에 대한 어떠한 단서도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궤도는 단지 연속적인 것이며 핵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고 생성된다고만 알려져 있었습니다. 여기서 의문은 원자가 방출하는 에너지는 왜 특정 주파수에만 한정되어 있을까요? 무엇이 원자를 '조율'하고 있어서 전자들이 특정량의 에너지를 가지고 특정한 길로만 다니는 걸까요? 그 전자들이 A음에서 C음으로 도약하듯이 한 궤도에서 다른 궤도로 건너뛰는 것은 어떻게 된 것일까요? 그러면서도 글리산도가 절대 일어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글리산도는 음악 용어로 건반 위에서 손가락을 미끄러지듯 놀리는 연주법을 일컫는다. 이 글에서는 원자의 미끄러짐을 의미한다.)

플랑크는 이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음악적 유추 작업을 함으로써 찾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원자 속 전자의 궤도를 마치 진동하는 현이라도 되는 것처럼 다루었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견지에서 유사란 닮지 않은 사물 사이의 '기능적인 닮음'을 말합니다. 플랑크는 한때 음악 쪽으로 진로를 결정할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로 음악적 재능이 뛰어났지만, 그렇다고 전자가 정말로 진동하는 현이라고 말할 의도는 없었다고 합니다. 그저 전자의 움직임을 진동하는 현처럼 여기고 수학적으로 그것을 풀었을 뿐이라고 하는데요, 그렇게 해서 플랑크는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플랑크는 오직 전자가 정상파처럼 행동할 때만 궤도의 진동 에너지가 보존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진동하는 현이든 풀장 안의 물결이든 정상파는 자기 자체와 함께 공진합니다. (진동계가 그 고유 진동 수와 같은 진동 수를 가진 외부의 힘을 주기적으로 받아 진폭이 뚜렷하게 증가하는 현상을 공명이라고 한다. 이 공명은 소리 등 모든 진동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특히 전기적, 기계적 공명일 때는 공진이라고 한다.)

고 에너지 영역, 혹은 최고점이 겹쳐지면서 서로의 힘을 강화시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동조하지 않는 파동은 사그라집니다. 고에너지 영역과 저 에너지 영역, 최고점과 최저점이 상쇄되는 것입니다. 만일 이런 식의 소멸이 원자 궤도에서 발생한다면 전자는 핵을 향해 굴러 떨어지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물질은 더 이상 존속할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전자들이 붕괴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것들이 정상파처럼 '행동' 하고 이는 증거라는 것을 플랑크는 알게 되었습니다. 플랑크는 이 수학적 모형을 가지고 전자들이 움직이는 궤도가 왜 현재의 바로 그 궤도가 되는지를 설명했습니다. 

정상파를 가지고 유추를 하는 도중에 플랑크가 주목한 또 다른 흥미로운 사실은, 현이 진동할 때 모든 진동 에너지는 그 진동체의 정지점(파절)들 사이에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양자화된다는 것이고, 이는 하나하나의 개별단위들로 분리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플랑크는 계산을 해나가면서 이 양자화된 다발들이 원자 스펙트럼의 선 하나하나로 표시되는 에너지 양과 많은 부분 일치한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바로 개별 원자의 '화음적' 특징인 것입니다. 

이것이 플랑크의 유명한 양자론의 기원이 되는데, 아인슈타인은 양자론을 '사고의 영역에서 보여줄 수 있는 음악성의 최고 형태'라고 칭송했습니다. 이 말은 양자론의 음악성과 과학성 양쪽에 바치는 찬사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양자론을 가지고 빛의 파동(광파)이 어떻게 해서 현재 '광자'로 불리는 입자처럼 움직이는지를 설명했습니다. 플랑크와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대로 각 광자 다발에 들어 있는 에너지 양, 즉 양자는 이 광파의 함수이거나 광선의 색채임이 밝혀졌습니다. 이러한 통찰의 결과로 플랑크는 1918년에, 그리고 아인슈타인은 1922년에 노벨상을 받았습니다. 

플랑크는 진동하는 현과 원자 사이에서 유추하는 일은 복잡한 문제를 쉽게 만들기 위해 수학적 형식을 채택한 것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과학자들에게 그것은 그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프랑스의 물리학자이자 아마추어 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했던 루이 드 브롤리는 양자화된 전자가 갖고 있는 음악과의 유사성을 중요하게 생각했을 뿐만 아니라, 원자를 실제 작은 현악기로 여겼다고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플랑크나 아인슈타인이 알아내지 못한 부분을 깨닫게 됩니다. 그는 이 작은 악기의 현이 진동하면 당연히 상음이나 배음 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악기의 현이 실제로 진동할 때처럼 말입니다. 

  • 상음 overtone : 원음보다 진동 수가 많고 높은음으로써 그 세기에 따라 음색이 결정된다
  • 배음 harmonics : 진동 수가 원음의 2배, 3배 등 정수 배로 되는 음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