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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추] 볼 수 없거나 듣지 못하는 세계를 이해하는 방법

볼 수 없거나 듣지 못하는 세계를 이해하는 방법 → 유추

원자에 대한 시각은 1920년대 이래 엄청난 변화를 겪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아직도 물리학 기본서에 남아 있습니다. 양자역학에서 에어빈 슈뢰딩거가 만들어낸 방정식들과 후속 연구결과는 기존의 '원자 궤도 모형'을 누르며 최종 승리를 거두게 됩니다. 원자와 악기의 유사성을 말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플랑크와 드 브롤리의 업적은 물리학의 중심에 우뚝 서 있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양자역학이니 논리학이니 민주주의니 선이니 하는 것들을 그 자리에서 바로 이해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우리가 실제로 지각할 수 없는 것들을 어떻게 배우고 설명할 수 있을까요? 또한 한 분야에서 습득한 지식을 전혀 다른 분야에 어떻게 적용하는지 그리고 악기에서 일어나는 공명이 원자에도 적용이 되는데 원자의 공명이 의학에 적용이 된다는 것을 어떻게 깨달았는지에 대한 답은 바로 '유추'에 있습니다. 같지 않은 생각이라 하더라도 공명할 수 있습니다. 그 점은 악기의 현이나 전자 또는 원자핵의 경우와 똑같습니다. 

현대 핵물리학의 용어를 빌어 유추를 말해본다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만일 적절한 생각이라는 '파장'을 가진 일련의 개념들을 '조사'한다면 우리는 아마도 배음과 상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들은 이전에는 종잡을 수 없었던, 심지어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던 현상들을 밝게 비추어줄 것이다." 

접근할 수 없는 세계를 비추는 유추의 힘을 가장 강력하게 증명하는 인물이 바로 헬렌 켈러입니다. 어떻게 이 여인은 오로지 감옥과 맛, 냄새에만 의지해서 '보는 것'과 '듣는 것'의 세계를 배울 수 있었을까요? 보고 듣는 것의 세계를 이해한다거나 그것에 공헌한다거나 하는 것을 제쳐놓고라도 말입니다. 그녀가 도전했던 것은 플랑크나 브롤리 같이 오로지 간접적으로밖에 지각할 수 없는 세계를 이해하려 한 사람들의 문제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전자의 궤도나 방출 스펙트럼을 보고 원자를 연구할 때가 그렇습니다. 또한 다른 별에서 오는 빛을 조사해서 블랙홀의 위치를 우주에서 찾아내려고 할 때, 유전자 기록만을 가지고 생명체를 들여다볼 때, 시인이나 소설가의 작품을 읽고 사랑에 대해 이해하려 할 때, 서로 다른 문화권이 특정한 행위에 대해 보이는 반응을 보고 정의가 무엇인지 생각하려 할 때, 불완전한 세속의 증거를 참고하여 신을 인정해야 할 때 우리는 사실 눈과 코, 귀, 입, 피부를 통해 직접 지각할 수 있는 범위는 초라하리만큼 제한적입니다. 

실제로 다른 많은 생물들이 지구의 자기력 선속, 전기장, 기압이나 수압 등 우리가 지각할 수 없는 것들을 지각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어떤 생물들은 우리가 볼 수 없는 자외선이나 적외선의 영역에 있는 빚도 감지해 냅니다. 맛과 냄새의 전 영역은 우리들의 지식과 상상력의 범위 저 너머에까지 뻗쳐 있습니다. 

아직도 불가사의한 현상들의 비밀을 벗겨내려면 우리에게 어떤 감각이 얼마나 더 필요할지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아무리 성능 좋은 감각기관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감각 범위와 민감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감각기관들이 감지한 것이 우리 자신에게 전달되려면 우리의 감각이 수용할 수 있는 형태로 그것을 변환시키지 않으면 안 됩니다. 설사 감각기관이 완전하게 작동하는 인간들이 있다 해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사람들 자체를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어쨌든 우리는 대처하고 배울 것입니다.

헬렌 켈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녀가 자서전에도 밝혔다시피 그녀의 학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열쇠는 '유추'였습니다. 가정교사였던 애니 설리번이 물에 대한 욕구와 느낌을 가지고 연상해서 그것을 표현해보라고 가르친 직후에, 켈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감촉과 냄새로부터 어떤 인상이 떠오르는지 전에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지만 이제는 이 물건 저 물건을 가지고 시험해 볼 수 있습니다. 이 감각들이 내게 무수한 '개념'들을 공급한다는 것을 알고 무척 놀랐어요. 그것들은 내게 시각과 청각의 세계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 주었답니다."

보고 들을 수 없었던 켈러가 유추할 수 있었던 것은 맛, 냄새, 느낌으로 알았던 것들 사이에서 '수많은 연상과 유사성'을 이끌어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지각할 수 있는 것들과 없는 것들의 유사성을 만들어내는 일은 켈러가 직접 접근할 수 없었던 광범위한 정보를 습득하는 주요한 도구가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기분이 좋아지는 향기의 종류와 농도를 '관찰' 합니다. 이것은 다양한 색의 종류와 색조에 사람의 눈이 어떻게 매혹당하는지 상상할 수 있게 합니다. 그다음 나는 생각의 빛과 한낮의 빛 사이의 유사성을 추적합니다. 그러고 나면 인간의 삶에서 빛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예전보다 더 뚜렷하게 인식하게 됩니다. 켈러의 글은 이와 비슷한 유추로 가득 차 있습니다. 

헬렌 켈러가 듣지 못하면서 말을 배웠다는 것, 보지 못하는데도 읽고 쓰는 능력을 익히고 순전히 점자만을 통해 몇 개 국어를 읽을 수 있었으며, 사람의 생각에 관한 설득력 있는 글을 썼다는 것, 그리고 보고 듣는 세계와 이것이 차단된 세계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는 것은 유추적인 상상력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놀라운 증거입니다. 

유사성을 인식하는 능력이야말로 지성을 시험하는 탁월한 시금석이라는 여러 심리학자와 철학자의 말에 동의한다면, 켈러야말로 역사상 가장 지적인 인물들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녀의 방법과 드 브롤리나 플랑크의 방법을 비교해보면 우리를 구속하거나 자유롭게 하는 것은 감각이 아닌 유추를 통해서 미지의 것들을 조명할 수 있는 능력의 유무임을 알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학습은 유추에 의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