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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되는 정보/about 과학

핵전쟁

인간 두뇌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대뇌 피질은 직관과 이성의 활동을 관장합니다. 사람은 무리 생활을 통해 진화했으므로 우리는 상호 동반자적 관계에서 기쁨을 누립니다. 상대방을 보살피고 사랑할 줄 아는 인간의 본성은 무리 생활을 통한 진화의 당연하 결과인 것입니다. 이러한 진화 과정에서 우리 마음에는 희생의 정신이 깊이 새겨졌습니다. 인류는 규칙적 자연현상의 숨은 의미를 예리한 직관과 이성으로 해독하여 무리 생활에 효율적으로 이용할 줄도 알게 됐습니다. 자연스럽게 협동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면서 효과적인 협력 방안을 도출하는 능력 또한 꾸준히 키워 왔던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핵전쟁의 위험이 이제 겨우 싹트기 시작한 지구화의 이념을 통째로 집어삼킬 것이라고 염려합니다. 핵 위험을 깊이 통찰하여 그 위험의 심각성을 인식한다면 인류 사회의 근본 구조는 전적으로 재구성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오늘의 지구 문명을 공평무사한 외계인들의 관점에서 조망해 보자면 지구 문명의 현주소는, 행성 지구와 생명의 보존이라는 인류의 당면 과제가 결국 실패로 끝날 것이라는 깊은 우려를 낳게 합니다. 그렇다면 세계 모든 나라가 사회 재구성의 과업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경제, 정치, 사회, 종교의 제반 제도, 조직, 기구 등을 통하여 자신의 문제들을 처리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전통적 해결 양식 자체를 그 근본에서부터 재설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조금이라도 불안하면 자신들이 안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되도록 과소평가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하여 최후의 날의 도래를 염려하는 이들을 마치 혹세무민을 꾀하는 걱정꾸러기라고 몰아붙이든가, 인류 사회 제도의 근본 변화는 비현실적이고 실현성이 없으며 인간 본성에 위배되는 짓이라고 헛된 주장을 길게 늘어놓고는 합니다. 그들의 주장을 듣다 보면 마치 핵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공갈과 협박이 현실적으로 유일한 평화 유지 방안 인 듯한 착각을 하게 됩니다. 인간 본성의 단 한 가지 속성만 고집한다면 이러한 주장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인간 본성에는 다른 좋은 속성들도 있습니다. 따라서 해결 방안을 핵 이외의 것에서 찾아야 합니다. 전 세계적 규모의 핵전쟁이 일어난 적이 아직 없다는 사실을 통계적으로 전면 핵전쟁이 결코 일어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잘못 해석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보게 됩니다. 전면 핵전쟁은 단 한 번밖에 경험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한 번으로 모든 게 끝이 납니다. 그때 가서 통계 분석을 다시 해 봤자 그것이 무슨 소용일 있을까요?

지구 상에서 핵 군비 경쟁의 방향을 거꾸로 돌리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을 지원하는 국가는 실제로 몇 안됩니다. 그중의 하나가 미국입니다. 그렇지만 무기 통제 및 군비 축소 전담 기구의 1980년도 예산이 1800만 달러인 데 비하여 미국 국방부의 예산은 1530억 달러입니다. 이 통계만 보더라도 미국이 무기 통제와 군비 축소에 실제로 쏟는 노력이 얼마나 미미한 수준인지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어느 한 사회 집단이 다음 전쟁의 발발 가능성을 이해하고 예방하기보다 그 전쟁을 수행할 준비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면, 누가 그 집단을 이성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연구를 통해 전쟁의 발발 원인들을 규명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전쟁 원인에 대한 우리의 이해 정도는 빈약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아카드의 사르곤 시대 이후 오늘날까지 우리가 군비 철폐에 사용하는 예산이 비현실적으로 낮은 수준이었거나 전무했기 때문입니다. 미생물학자와 내과 의사들은 주로 사람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연구하지 병원균의 뿌리 자체를 캐내고자 하지 않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전쟁을 하나의 소아병이라고 불렀습니다. 

오늘날 핵무기의 전 세계적 확산을 주도하고 핵무기 해체에 저항하는 세력의 창궐은 이 행성에 있는 모든 이들의 생존을 위협할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인류 생존의 문제에 관한 한 특정 이익 단체나 그 어떤 조직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인류의 생존 여부는 우리의 지적 능력과 가용 자산의 얼마나 많은 부분을 자신의 운명을 결정짓는 데 과감하게 투자하여 리처드슨 곡선이 오른쪽으로 가지 않도록 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는 핵전쟁의 인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지구 상 모든 사람이 핵전쟁의 볼모로 잡혀 있는 것이지요. 인질로 잡힌 우리가 먼저 핵 및 재래식 무기와 전쟁에 대한 연구를 하고 그다음에 우리의 정부들을 계몽해야 합니다. 우리의 생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과학 기술의 개발과 연구는 결코 게을리할 수 없는 우리의 절대 의무입니다. 우리는 이제 사회, 정치, 경제, 종교라는 이름의 제도가 가르쳐 온 전통적 지혜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과감한 도전을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는 모든 노력을 경주하여 우리의 이웃이 지구 어디에서 살든 그들도 나와 똑같은 인간이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물론 쉽게 달성될 수 있는 성질의 목표는 아닙니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제안이 비현실적이고 인간 본성에 반하는 것이라고 거절당할 때마다 "그렇다면 당신이 제시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입니까?"라고 반문했습니다. 인간의 동질성에 근거한 이 방안 이외에 우리가 택할 수 있는 대안은 없을 것입니다.